7월의 주말들 - 일상
2010.07.20 02:01 Edit
침실로 쓰던 작은 방을 고양이에게 내주고 (실은 똥오줌 못 가리는 고양이를 가두고)
침대를 거실로 꺼냈다. 그러면서 책장과 책상의 위치를 바꿨다.
라꾸라꾸침대를 3천원에 처분하고
고양이 오물로 얼룩진 베란다를 대충 한번 치우고
2010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치 다이어리 속지를 만드는 미친 짓을 하고
원두커피 분쇄기와 핸드드리퍼를 사무실에 가져가 원두커피 붐을 일으키고, 유기농 허브티를 샀다.
동대문 시장엘 가서 생리대 만들 무표백융과 무형광타월지를 사고, 수세미를 만들겠다고 아크릴사를 샀다. 얇은 해골이 주렁주렁 달린 팔찌도 샀다.
사무실에서 레이스사로 꽃무늬 모티브 몇 개를 떴더니, 머리핀을 만들겠다고 달래서 몇 사람에게 나눠줬다. 내겐 필요없기도 했고.
그 때 들은 말, 왜 그래 여자가 되려고? 였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야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동대문에서 침대 시트 만들려고 광목인가 옥스포든가 좀 두꺼운 면 종류의 하얀 천도 샀는데 그냥 처박아두고 있고
몇 달 만에 이마트 가서 치즈만 4만원 어치 사고, 고등어와 소세지와 걸레를 샀다.
귀리 화분을 만들었고..
지난 주말에는 심하게 양이 많은 500원 어치 숙주나물을 사서, 비벼먹고, 라면에 넣어 먹고, 주말 내내 끼니를 해결했다. 같이 산 새싹은 꺼내보지도 못하고..
아파트 복도에서 자정 무렵에 고양이 산책시키다가 옆집 할머니에게 들켰는데,
운동시켜야지.. 괜찮아.. 더 돌아다니게 놔둬.. 도망가면 안 되니까 저 쪽 문은 닫고.. .. 친절하고 포근한 소리를 들었다.
자격증 하나를 응시했고..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있지만, 또 별로 걱정도 안 하고 있고..
액정없는 mp3를 하나 샀고.. 고장난 mp3는 아직도 a/s를 받지 않았고..
자전거는 한 번도 타지 않았고..
안 쓰는 노트들을 나눠줬고..
새로 산 책은 한 권도 없고..
생활비 부족으로 열심히 카드깡을 했는데.. 반갑게도 월급날이 가까웠다.
몇몇 기억할 만한 일상들, 풍경들, 인상들, 몽상들이 있었지만, 기록하지 않아 잊혀졌고,
샤키는 더운 여름인데도 이상하게 내 무릎을 끊임없이 노리고 있고, 밤마다 다리 밑이 아니라 머리맡에서 잔다.
물론 저녁마다 빠짐없이 술을 마시고 있으며,
나의 당이 걱정스럽기 짝이 없지만 촛점이 어긋난 논쟁은 제목만 봐도 지겨워서 클릭도 잘 안 했고..
뭔가, 당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내 애정이 모자란 것은 아니지만,,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게시판을 들여다보기가 징그러워서 아무것도 안 쓰고 있고..
꼭 동물원의 '주말보내기' 가사 같은 나날들
주말마다 잡아먹힐 것처럼 공허했다.
어디 여행이라도 떠났으면..

